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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싱가포르의 선거옥외광고: 권위주의 정치체제의 또 다른 잔상

조회수 : 494 출처 : 저자 : 박정훈 싱가포르 해외통신원

지난 7월 10일 조기 실시된 싱가포르 총선의 결과는 여당인 인민행동당(PAP)의 고전과 야당들의 약진으로 요약될 수 있다. 야당의 선전은 상대적으로 짧은 선거운동기간과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제한된 선거운동방식 등 여러 불리한 조건들을 극복하고 거두었기에 주목할 만하다. 한편 싱가포르의 선거옥외광고의 형식과 구성, 그리고 위치선정 역시 여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설정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선거옥외광고를 통해 싱가포르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권위주의적 정치체제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지난 7월 10일 실시된 싱가포르 총선은 여러 측면에서 과거에 실시된 총선들과는 사뭇 달랐다. 우선 이번 총선은 코로나19 감염증으로 인해 법정 시한인 올해 말에 열릴 것이라는 세간의 예측과는 달리 6월 23일 리센룽 총리의 전격적인 국회해산과 함께 발표된 사실상의 조기총선이었다. 두 번째로 집회결사의 자유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싱가포르에서 유일하게 대중 집회를 열 수 있었던 과거의 선거운동기간과는 달리 후보자들과 유권자 사이의 대면접촉이 최소화되고 선거광고와 TV토론 등으로 선거운동의 형식이 더욱 제한되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사태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관리했다는 대내외적 평가에 따라 여당인 인민행동당(PAP)의 압승을 점쳤던 전문가들의 예측과는 달리 여러 지역구들에서 여야 간 치열한 접전이 펼쳐져 PAP는 1965년 집권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인 총 투표자의 약 61%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으며, 노동자당(Workers Party), 그리고 신생정당인 싱가포르진보당(Progress Singapore Party, PSP)은 각각 10%가 넘는 지지를 확보하는 선전을 거두었다.


각종 선거운동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한국과는 달리 싱가포르는 선거운동의 형식과 내용면에서 큰 제약을 받는데, 이러한 제약은 선거옥외광고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싱가포르의 옥외광고에 대한 규제, 관리, 감독의 법적 권한을 총괄하는 “옥외광고에 대한 건물 관리규정”(Building Control (Outdoor Advertising) Regulations, )은 싱가포르 전역에 대한 옥외광고 설치에 대한 사전면허 취득을 강제할 뿐만 아니라 그 형식과 내용에도 엄격한 제약을 가한다. 


필자가 거주하는 West Coast 지역은 PAP와 PSP의 양자대결로 선거가 치러졌다.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됨과 동시에 옥외광고가 게시되었는데, 입후보자들의 이력과 사진이 주요 길목마다 게시되는 한국의 선거벽보, 차량을 이용한 가두홍보, 그리고 현수막으로 주로 구성되는 한국의 경우와는 달리 정당의 당기 ([그림 1]과 [그림 2]참조), 베너형 광고([그림 1]과 [그림 2] 참조), 그리고 도로가 가로등에 설치되는 배너현수막 광고([그림 3]과 [그림 4] 참조) 등 세 가지 형태만 확인할 수 있었으며, 현수막 형 광고를 제외한 나머지 종류들은 지정된 장소에만 설치가 가능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지역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쇼핑몰과 맞은편에 자리 잡은 재래시장 등에서는 사실상 여당 PAP의 옥외광고가 대부분의 허용된 공간들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쇼핑몰과 전통시장을 이어주는 육교의 중간에 PAP의 당기와 더불어 총리이자 당수인 리센룽(Lee Sheng Long)의 사진이 실린 PAP의 광고만이 게시되어 있었다. 또한 시장입구에도 리센룽의 사진과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이름과 얼굴이 실린 대형 배너광고가 함께 게시되어 있었다.



[그림 1] PAP의 배너형 선거옥외광고

(출처: 저자직접촬영)



[그림 2] 시장입구에 게시된 PAP(앞)와 PSP(뒤)의 선거옥외광고

(출처: 필자직접촬영)


   

[그림 3]과 [그림 4] PAP(좌)와 PSP(우)의 배너현수막 선거옥외광고
(출처: 저자직접촬영)



흥미로운 점은 야당인 PSP의 광고는 상대적으로 크게 작았을 뿐만 아니라 주목이 훨씬 덜 갈 수밖에 없는 구석진 가로등에 설치되어 있었다. 이러한 선거광고에서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PSP는 후보자들을 태운 자동차에 당수이자 유력 야권정치인인 탄쳉복(Tan Cheng Bok)의 사진이 담긴 포스터와 당기를 부착하고 보행자들에게 직접 홍보하는 전략을 취했다 (그림 5 참조).


[그림 5] PSP의 차량을 이용한 선거운동

(출처: 필자직접촬영)



싱가포르의 선거옥외광고는 55년간 이어져온 PAP의 선거권위주의 정권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사례이다. 이러한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PSP는 West Coast Crescent 지역구에서 49%의 지지를 얻어 PAP와 불과 2% 차이로 석패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PAP의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했던 지역구 배정 의석에 대한 승자독식 선거제도가 오히려 정권의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차기 총선에서는 여당인 PAP와 야당들이 어떠한 선거옥외광고를 선보일지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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