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방재정공제회 한국옥외광고센터

8월 9일은 싱가포르에서 가장 중요한 국경일 가운데 하나인 건국일(National Day)이다. 중국계, 말레이계, 그리고 인도계 등 다양한 인종들과 문화들이 공존하는 싱가포르에서는 독립이후 ‘싱가포르인’이라는 정체성을 심어주는 작업에 큰 관심과 투자를 해왔다. 이러한 노력은 사회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시내각지에 설치되는 각종 건국일 기념 옥외광고에서도 엿볼 수 있다.

1965년 8월 9일 말레이시아로부터 공식적으로 독립한 싱가포르는 다수종족인 중국계와 주요 소수종족들인 말레이계, 인도계 등 다양한 인종들과 문화들로 구성된 대표적인 다문화국가이다. 상이한 문화들이 공존함과 동시에 1960년대 독립 당시의 여러 차례 있었던 종족 간 폭동, 그리고 인도네시아로부터의 합병 위협이라는 역사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는 싱가포르는 종족 정체성을 넘어 국민들에게 ‘싱가포르인’이라는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투입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정부는 8월 9일의 이른바 건국일(National Day)이 각 종족별 명절들(예: 중국계의 음력설, 말레이계의 하리라야, 인도계의 디파발리) 보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중요한 국경일로 자리 잡기 위해 기념품 제공, 국기개양참여독려, NDP(National Day Parade)와 콘서트를 비롯한 대형 행사개최 등을 매년 실시하고 있다.

[그림 1] 건국일 기념 대형 옥외광고

(출처: 필자직접촬영)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쉽게 종식되지 않고 있는 올해는 대규모 인원이 동원되는 행사가 열리지 않는 대신 인터넷과 지역행사로 대체할 예정이다. 그러나 건국일을 기념하는 정부의 홍보활동은 예전과 변하지 않았는데, 특히 다양한 옥외광고 형식들을 통해 건국일의 의미와 싱가포르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심어주는 노력은 올해에도 뚜렷하다. 국회의원선거가 열린 7월 10일 직후부터 설치된 건국일 기념 옥외광고들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가능한데, 하나는 유동인구가 많은 시장, 쇼핑몰, 횡단보도 등의 장소에 설치된 대형옥외광고 ([그림 1] 참고)와 도로 옆 가로등에 설치된 배너형 광고 ([그림 2]와 [그림 3]참고)로 나눌 수 있다. 몇 가지 흥미로운 점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먼저 건물 벽에 부착하는 옥외광고 이외에는 크기에 대한 제약이 엄격한 싱가포르에서 [그림 1]과 같은 대형 옥외광고는 사실상 건국일 기념 옥외광고 이외에는 찾아 볼 수 없다. 또한 건국일 기념 옥외광고는 싱가포르의 주요 종족들인 중국계, 말레이계, 그리고 인도계가 반드시 한데 어우러진 형태로 이루어진 구성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그림 2]와 [그림 3]은 모델들이 서로 다른 복장과 모습, 그리고 피부색을 가지고 있지만 마치 가족사진을 찍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림 2] [그림3] 건국일 기념 배너형 옥외광고 
(출처: 필자직접촬영)

따라서 이러한 옥외광고들은 싱가포르 정부가 가장 우선시하는 싱가포르인으로서의 정체성 구축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건국일 기념 옥외광고들을 모든 싱가포르인들이 환영하는 것만은 아니다. 특히 광고 하나당 약 3300 싱가포르달러(한화 약 290만원) 가량 설치비용이 드는 대형옥외광고에 대한 일부 싱가포르인들의 불만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그들은 건국일 광고에 자신들의 사진을 첨부하는 여당 국회의원들의 행태에 대해 비판적이다. 여당 정치인들의 홍보를 노린 건국일 옥외광고들은 특히 총선을 한 해 앞둔 작년에 두드러지게 설치되었는데, 예를 들어 Keat Hong 지역에서 작년에 설치된 옥외광고인 [그림 4 ]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역구 국회의원의 사진 (맨 우측)을 다른 주민들보다 훨씬 더 크게 배치하여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고자 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림 4] 2019년 Keat Hong 지역 건국일 대형 옥외광고

(출처 : 필자직접촬영)

참고자료
https://singaporeuncensored.com/3300-for-national-day-billboard-worth-the-m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