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가짜 옥외광고에 대한 업계의 시각
[그림 1]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잭리처 광고 (출처: Meredith Eriksson - LinkedIn)
오페라하우스와 함께 호주 시드니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하버브리지 남동쪽 교각(Pylon Lookout)을 좌우로 차량이 오가고 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교각 표면에 아마존 프라임의 ‘효자 상품’으로 불리는 드라마 잭 리처(Jack Reacher) 광고가 모습을 드러낸다. 틱톡,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는 ‘숏폼’ 형태의 이 영상은 태그(Tag)에서 제작한 가짜 옥외광고(Faux OOH)다.
AI가 가져올 변화의 바람은 옥외광고 업계 역시 스쳐 지나지 않고 있다. 소셜 옥외광고(Social Out of Home)에 관한 해외동향 보고서(이종섭, 2023년 12월)에서 확인할 수 있듯, AI를 통해 만들어진 가짜 옥외광고와 소셜미디어의 결합은 청중의 높은 관심을 불러 모으며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런 가짜 옥외광고는 아마존 프라임의 잭리처 광고와 같이 브랜드에서 직접 의뢰해 제작하는 사례도 있고, 기업의 참여나 허가 없이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이미지 제작자들이 만드는 경우도 있다. 호주 옥외광고 업계의 주요 인사를 인터뷰한 애드뉴스(AdNews)의 기사에 따르면, 가짜 옥외 광고는 긍정적, 부정적 모든 측면에서 업계에 큰 영향과 변화를 줄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JC데코 호주/뉴질랜드의 대표인 스티브 오코너는 브랜드가 AI를 활용한 가짜 옥외광고 캠페인을 제작하는 현실은 해당 포맷이 갖는 힘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단, 가짜 옥외광고가 소셜미디어를 통한 입소문을 내는 데 활용될 수는 있지만, 그 영향력은 진실된 것(real thing)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격변하는 광고시장에서 옥외광고는 꾸준히 성장하는 유일한 채널 중 하나임을 강조하며, 주목을 끌기 위한 일회성 광고보다는 장기적인 브랜드 영향력을 위한 캠페인 ROI를 고려할 것을 주문했다.
모 무바예드 (Veridooh 공동 창업자) 역시 가짜 옥외광고가 광고 형태의 하나로 OOH에 관한 활발한 논의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는 가짜 옥외광고가 창의적이고 재밌어서 잘 활용하면 소셜미디어에서 브랜드에 재미를 더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TRA 전략책임자 칼 사니는 이 트렌드를 잘 활용하면 작은 브랜드를 거대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QMS사의 최고마케팅경영자 테닐 버트는 가짜 옥외광고가 옥외매체의 힘에 의존하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잠재 고객에 도달하는 별개의 매체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지도와 화제성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뛰어난 광고 전략이지만, 현실 세계에 나타나지 않으면 브랜드가 잠재 고객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신뢰를 구축하는 데 있어 복잡한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광고주의 이익과 투명성을 위해 가짜 옥외광고를 온라인 미디어를 위한 ‘적응형 현실’(adapted reality)의 한 형태로 재분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업계 인사들은 가짜 옥외광고의 창의성, 혁신성에 동의하면서도 이 기술이 어떻게 활용될 것인가를 두고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텍스트를 동영상으로 변환하는 AI 동영상 생성기와 같이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이 창의적 산업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현실에서 윤리 문제는 더 중요해질 수 있다.
무바예드는 사람들이 가짜 옥외광고를 좋아하는 이유는 ‘가짜’가 아닌 ‘옥외광고’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업계는 가짜를 진짜인 것처럼 잠재 소비자에 전달하려는 시도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가짜 옥외광고가 브랜드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것인가’, ‘이 광고를 현실 세계에서 실현할 수 있는가’에 관한 두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만약, 현실 세계에서 가능한 광고라면, 그 효과는 가짜 옥외광고보다 훨씬 뛰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QMS의 버트는 가짜 옥외광고가, 잘 알려진 옥외광고 랜드마크를 차용할 경우 청중을 속이는 것은 메시지가 아니라 매체라고 강조했다. 이는 브랜드 안전성, 신뢰도, 진실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옥외광고에 가짜 옥외광고가 은근슬쩍 발을 걸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따라서 가짜 옥외광고 활용 빈도가 늘어날 경우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한 업계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코너 역시 현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에 가짜 옥외광고를 활용해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소비자의 환멸을 막고 신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투명성과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짜 옥외광고의 성장세와 내재한 문제점 때문에 이것이 옥외광고 분야에서 대세가 될 것인지 아니면 반짝 유행하고 사라질 것인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높다. 인터뷰에 참여한 업계 인사들은 단기적으로 가짜 옥외광고의 사용이 증가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광고전략의 일부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현실의 옥외광고에도 3D와 같이 새로운 기술을 결합한 창의적인 옥외광고 캠페인이 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구현 가능한 옥외캠페인이라면 ‘왜 가짜를 만들까’에 관한 질문을 하게 된다. 따라서 업계는 가짜 옥외광고에 활용되는 기술을 접목하는 혁신은 유지하되 옥외광고가 갖는 진실성을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Ad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