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프랑스의 지방세법 속 옥외광고세
옥외광고세(TLPE)를 통해 본 프랑스 지방세법·거버넌스의 퍼즐
프랑스 지방세제는 ‘보유 과세의 분절성’이라는 말처럼 반복된 세법 개정, 특례 입법, 지자체 간 협상이 겹쳐서 복잡한 세 모자이크를 형성해왔다. 그중에서도 옥외광고물 지방세(TLPE, Taxe locale sur la publicité extérieure)는 2008년 「경제현대화법(LME)」으로 세 가지 광고 관련 세목을 하나로 통합하며 만들어졌다. 이 세금은 국가 법률-시행령-지방의회 조례라는 삼단 구조를 따라 매년 세율과 과세 기술을 조정하는 대표적 사례이다. 이 세금 하나만 보더라도 디지털 전광판, 저휘도 LED 같은 기술 변화, 도시 경관 규제,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자율성 논리가 얽히면서 ‘세법’이 곧 거버넌스 설계도로 기능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회계감사원은 『저수익 세목에 대한 주제별 공공보고서』(2025.4.17.)에서 연간 세수가 1억 7,500만 유로 미만인 243개 세목을 꼽으며 “삭제·통합을 통한 세제 간소화”를 제안했다. 여기에는 TLPE처럼 일부 대도시에 세수가 집중되는 항목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과세 근거가 법률 속에만 머물러 있고, 과세 대상과 세율 상한을 규정한 시행령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간극을 지적했다. 지방세법 조항을 고치지 않으면 광고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도시 미디어 정책이 발목을 잡고, 반대로 법률만 개정해도 대도시와 중소 코뮌 간 재정·산업 격차가 순식간에 재편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 TLPE를 규정한 지방자치단체일반법전(CGCT) L2333-6부터 L2333-15까지의 법적 위계와 개정사를 추적한다.
• 세율 상한과 과세표준 계산식이 디지털 광고 기술, 환경 규제와 어떻게 맞물려 변천했는지 살펴본다.
• 국가·지방·산업 주체가 세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형성한 정치·행정 협상 구조를 분석한다.
대표 사례는 두 가지다. 하나는 비건축지 보유세 추가분(일명 TA-TFNB)이고, 다른 하나는 옥외광고물 지방세(TLPE)다. 두 세목 모두 ‘지방세’라는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과세 방식, 부과 주체, 수혜 단체, 징수액 규모가 서로 달라 사례 비교를 통해 저수익 세목 논의의 이해를 목표로 이번 달 원고를 작성했다.
▶TA-TFNB : 명맥만 남은 ‘추가분’의 아이러니 TA-TFNB는 본래 부동산 보유에 대한 국가세인 TFNB에 ‘추가분’을 얹어 département(광역)·région(광역권) 단위에서 걷던 역사적 유산이었다. 그러나 최근 구조 개편을 거치면서 지금은 기초 지방자치단체(communautés de communes, métropoles 등)와 소속 지방공공조합(EPCI)으로 귀속되고 있으며, 2023년 기준 3,812개 기초 자치단체가 직접 징수한 총액은 430만 유로, EPCI가 징수한 총액은 약 8,670만 유로에 불과했다. 평균치로 환산하면 기초단체 한 곳당 연 2,255유로, EPCI 한 곳당 75,544유로 정도로, 이는 한국의 군이나 중·소규모 시가 재산세 일부를 추가로 부과해 연간 3천만 원도 못 걷는 상황과 비슷할 정도로 ‘행정비용 대비 편익’이 현저히 낮은 세목이라 할 수 있다.
TA-TFNB의 폐지·통합이 논의될 때 가장 크게 부각되는 쟁점은 ‘누가 손실을 메우느냐’이다. 프랑스 회계감사원은 세목을 없애면 국고 보전 요청이 뒤따르는 악순환을 우려하지만, 지방단체 입장에서는 자율적 재원 확보 수단 축소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도 2014년 담배소비세의 국세 전환이 논의됐을 때 기초자치단체들이 강하게 반대하며 지방교부세 보전 요구로 맞섰던 사례가 있었는데, 이처럼 세목 구조조정은 항상 ‘재정자치 대 효율성’의 줄다리기에서 정책 결정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TLPE : 대도시 중심으로만 ‘유의미한’ 옥외광고세 TLPE는 고정 간판, 네온사인, 디지털 옥외광고 패널 등 ‘시각적 광고 매체’를 설치한 사업자에게 부과되는 세금이다. 2008년 「경제현대화법」으로 도입돼 이전의 세 가지 옥외광고세를 통합했고, 세율은 면적, 광원, 도시 규모(habitants) 등에 따라 달리 책정된다. 2019~2023년 평균을 보면 전국 1,968개 기초단체가 매년 TLPE를 설정했고 연 총수입은 약 1억 4,800만 유로로, 단체당 평균 75,360유로 수준이었다. 그러나 세수 편차가 극심해 793개 단체는 연 1만 유로도 못 걷고, 그중 435개는 겨우 1,000유로도 채우지 못했다. 반면 파리, 리옹, 마르세유 등 대도시 11곳은 각각 100만 유로 이상을 거뒀다. 이러한 불균형은 한국에서 2013년 도입된 도시철도 광고부담금이 수도권 대도시에 집중되는 현상과 비슷해, ‘광고 노출이 활발한 지역’만 이득을 보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
더욱이 회계감사원은 ‘제도 자체의 투명성 부족’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광고표시 사업자가 자진 신고해야 과세 표준이 확정되는데, 중소 지자체는 전문 인력이 부족해 실제 설치 면적과 광원 종류를 파악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과세 누락과 축소 신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옥외광고물 관리가 ‘지자체 인허가 → 점검·단속’ 체계임에도 지방세로는 연계되지 않아 과표 산정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문제가 발견된다.
▶‘세금인가 사용료인가’ : 세목 정비 과정에서 드러난 회계 분류의 혼선 보고서는 ‘세목은 사라졌으나 회계 계정은 남아 있는’ 대표 사례로 청소와 도로 노면 정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과거 부과하던 ‘바닥 청소세’(taxe de balayage)를 꼽았다. 2019년 1월 1일부터 이 세목은 법률상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사용료(redevance)’로 전환됐지만, 지방회계 지침에는 여전히 ‘세금’ 계정 코드가 남아 있어 2023년에도 138개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세금으로 잘못 인식한 채 850만 유로를 회계 처리했다고 한다. |
[ 관련 법령의 직역과 위계, 법인격, 시장 연계성, 그리고 제정 배경 및 역사 ]
프랑스 공법은 헌법, 조직법, 일반 법률, 명령(Ordonnance), 행정 명령(Décret 및 Arrêté), 지방자치단체 규범이라는 수직적 층위를 이룬다. 이번 주제와 직접 연결된 옥외광고물 지방세(TLPE, Taxe locale sur la publicité extérieure) 규정은 일반 법률에 해당하는 「경제현대화법(LME) 2008-776호」 제171조가 「지방자치단체일반법전(CGCT)」 제2편 제3장 제3절(L2333-6 ∼ L2333-15)에 신설한 조문으로, 상위 법률(법전 수준), 시행령, 지방 의회 조례(Delibération)로 연결되는 삼단 구조를 가진다. 한편 비건축지 보유세 추가분(TA-TFNB, Taxe additionnelle à la taxe sur le foncier non bâti)은 「일반조세법전(CGI)」 제2편 제7절 제1519 I조에 규정되어, 조세 법전이라는 동급 법률 체계 내에서 별도 절을 형성한다. 두 세목 모두 지방조례만으로는 내용 변경이 불가능하고, 반드시 국가 의회의 개정이나 정부 명령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지방세라 해도 국가 차원의 법 위계 안에서 강한 구속력을 가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주요 조문의 원문 발췌 및 한국어 직역 ① CGCT L2333-6 (발췌) La taxe sur la publicité extérieure… est instituée par le conseil municipal de la commune… 직역 ― “옥외 광고세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코뮌)의 의회가 이를 창설하여 그 수입을 자치단체에 귀속시킨다.” ② CGCT L2333-7 (발췌) Cette taxe frappe les supports publicitaires fixes… visibles de toute voie ouverte à la circulation… 직역 ― “본 세금은 공중이 통행할 수 있는 모든 도로에서 식별 가능한 고정 광고 매체에 부과된다.” ③ CGI 1519 I (발췌) Il est institué… une taxe additionnelle à la taxe foncière… pour les propriétés suivantes : carrières, ardoisières, sablières… 직역 ― “채석장, 슬레이트 채굴장, 모래 채취장 등에 대해 비건축지 보유세의 추가 세액이 설치된다.” |
위 세 조항의 공통점은 과세 주체(지방의회), 과세 대상(광고물 또는 특정 토지), 과세 절차(지방 조례 및 연례 고지)를 모두 1차 조문에서 명시한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의 지방세법 제정 방식과 달리, 프랑스 법이 “국가 법률 수준에서 과세 정의 → 지방의 자치적 세율 결정”이라는 2단계 모형을 채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법인격과 시장 연계성 : 공법상 주체와 경제 행위자 사이
TLPE가 규율하는 광고업체, 상점, 프랜차이즈 본부는 프랑스 민법상 「상업회사 또는 개인사업자」라는 사법 법인격을 가진다. 이들이 도심 공간이라는 공공재에 광고 가시권을 점유함으로써 얻는 외부경제 효과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라는 공법 법인격이 ‘시장 접근료’ 성격의 세금을 매기는 것이 TLPE의 본질이다. 반면 TA-TFNB는 토지 보유가 창출하는 잠재 이윤, 특히 건축과 개발 가능성이라는 ‘옵션 가치’에 착안해 “토지시장 가격 → 기준 시가 → 과세 표준”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가진다. 두 세목 모두 사법 법인과 개인, 그리고 공법 법인(지방단체) 사이에 ‘시장 이용 대가’라는 매개를 통해 재정을 이동시키지만, 전자는 광고 시장, 후자는 토지 시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경제 메커니즘이 분명히 구별된다.
[TLPE : 옥외광고물 지방세의 역사, 법 구조, 다층적 쟁점]
입법 배경과 제도 통합
프랑스에는 과거 간판세, 광고판세, 이동광고차량세 등 형태별로 분산된 과세 체계가 존재했다. 2000년대 중반, 행정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지적이 커지자 ‘규제 단순화’를 내건 당시 행정부는 2008년 「경제현대화법」 제171조를 통해 세 가지 세목을 TLPE 하나로 통합했다. 해당 법률 조문은 「지방자치단체일반법전」 L2333-6부터 L2333-15까지에 배치됐으며, 코뮌 의회가 조례로 세금을 창설하고 세율을 정한다는 원칙, 광고물의 면적과 광원, 도시 규모별 세율 상한을 규정하는 구조, 도시계획이나 문화재 보호 구역과 충돌할 경우 도시미관 규정을 우선하도록 하는 단서를 함께 두었다.
시장 연계성과 환경경제적 성격
광고주는 눈에 잘 띄는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도시 공간이라는 공유 자원을 점유한다. TLPE는 이 점유 행위가 시민에게 시각적 혼잡과 빛 공해라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초래한다고 보고, 세금을 통해 비용을 내부화하도록 설계한 전형적인 교정세이다. 지방자치단체는 디지털 사이니지 허가와 세율 조정을 전략적으로 결합해 도시 경관 정책과 재정 전략을 함께 추진한다. 예를 들어 대도시는 교통 허브에 고휘도 전광판 설치를 허용하는 대신 높은 세율을 적용해 세수를 늘리고, 조용한 주거 지역에는 낮은 세율을 적용해 자연스럽게 광고를 억제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한다.
첫째, 디지털 화면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이미지가 2초마다 바뀌면 과세 표면을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발생했다. 2021년 시행령은 화면 전체를 과세 면적으로 간주한다고 정리했으나, 빈 공간을 공제할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광고업계와 지자체가 법정 공방을 벌였고, 2025년 3월 대법원은 빈 공간 공제를 인정하지 않는 쪽의 손을 들어줬다.
둘째, 세수 편중도 심각하다. TLPE 총 세입의 절반 가까이가 스무 곳 남짓한 대도시에 집중돼 있으며, 수백 개 중소 코뮌은 연간 천 유로도 걷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지방재정 자율성’이라는 명분이 대도시에 더 큰 혜택으로 돌아간다는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고, 전국 코뮌협회는 지방교부세 산식에 TLPE 편중 효과를 반영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셋째, 자진 신고제를 채택한 탓에 중소 지자체는 전문 인력이 부족해 과세 누락이 빈번하다. 회계감사원은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국가 주도의 통합 신고 플랫폼을 제안했으나, 행정 부담을 우려하는 소규모 코뮌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앞으로는 디지털 광고물의 에너지 소비량이나 밝기 같은 기술적 지표를 세율 결정 요소에 추가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환경전환부는 ‘저휘도 광고물에는 세율 인하 혜택을, 고휘도 광고물에는 가산세를 부과’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며, 이는 세제를 통해 친환경 광고를 유도하려는 정책 목표와 맞닿아 있다. 또한 지방 간 편차를 완화하기 위해 TLPE 일부를 교부세 조정식에 연동하거나, 최소 세율을 법률로 정해 초미니 코뮌도 일정 수준의 과세 기반을 확보하도록 하자는 제안도 논의되고 있다.
거버넌스와 옥외광고 산업의 전략적 적응
TLPE가 가진 가장 큰 영향력은 ‘세율 결정을 둘러싼 거버넌스 구조’가 광고업계의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 투자를 실질적으로 재편한다는 점이다. 첫째, 코뮌 의회가 세율을 매년 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은 광고사업자에게 ‘규제 위험이 곧 재정 위험’임을 각인시켜, 대도시 광고회사가 지방의회 회기마다 정책 동향을 로비하고 모니터링하는 관행을 낳았다. 둘째, 세율 상한을 ‘도시 인구 규모, 광원 밝기, 디지털 여부’의 삼중 척도로 정한 법 체계는 산업을 ‘고휘도 디지털 대형 패널’(대도시 특화)과 ‘저휘도, 소형 사이니지’(중소도시, 교외 특화)로 양분시켰다. 셋째, 세제 혜택이나 가산세가 ‘환경 성능(밝기, 전력 소비량 등)’에 연동되는 추세에 따라 기술업체는 에너지 절감형 LED 모듈과 센서 기반 자동 조도 시스템 개발에 연구개발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요컨대, 지방세라는 제도적 레버는 개별 기업의 비용 구조뿐 아니라 업계의 시장 세분화, 제품 혁신, 정책 네트워킹 방식을 결정짓는 핵심 파라미터로 작동하며, 이는 단순한 ‘세입 확보 수단’이라는 통념을 넘어 지속 가능한 도시 미디어 생태계를 설계하는 거버넌스 메커니즘으로 이해해야 한다.
제도 비교와 통합적 함의
TA-TFNB와 TLPE는 모두 지방세라는 공통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전자는 토지 시장, 후자는 광고 시장이라는 서로 다른 경제 영역을 기반으로 한다. TA-TFNB의 핵심 과제는 지가 상승 이익을 포착할 수 있는 과표 현실화와 세율 자율성이고, TLPE의 핵심 과제는 광고 시장 구조 변화에 맞춰 합리적인 과세 기술을 마련하고 지방 간 재정 편차를 조정하는 일이다. 두 세목은 ‘지방재정 자율성’과 ‘정책 유효성’을 동시에 추구하지만, 시장 구조와 행정 역량의 차이로 인해 개편 방향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정책 입안자는 세목별로 ‘재정 효과, 행정 가능성, 시장 반응’이라는 세 축을 따로 분석한 뒤, 전체 지방세 체계 속에서 중복과 공백을 최소화하는 종합 설계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기적인 과세 자료 재조사, 디지털 행정 인프라 구축, 지방단체 간 재정조정 공식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보고서는 강조한다.
[예시 1] 프랑스 북부의 중소도시 A시는 네온사인 간판이 밀집한 도심 광장(총 광고 표면적 200㎡)을 관리하며, 2024년 TLPE 세율을 ㎡당 20유로로 정했다. 광고업체 B사와 C사가 각각 120㎡, 80㎡를 사용하기 때문에 B사는 2,400유로, C사는 1,600유로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때 도로 점용료(redevance d’occupation, 사용료)는 별도로 부과할 수 없다는 L2333-6 단서 규정이 적용된다.
[예시 2] 남부 지방의 관광도시 D군은 채석장 토지가 농업 용도에서 공업 용도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데, 기초 세율 1.0485 계수로 산정된 TA-TFNB 추가 세액이 5,000유로로 확정됐다. 토지주 E씨는 본세(비건축지 보유세)와 함께 이를 일괄 납부하고, 도시계획 변경으로 건축 허가를 받게 되면, 차후 건축지 보유세로 세목이 전환된다.
[복수 세목의 통합 가능성 : 빈집 과세를 둘러싼 논의]
보고서는 전국 단위로 부과되는 ‘공실주택세(TLV, Taxe sur les logements vacants)’와 지방단체가 자율적으로 부과할 수 있는 ‘공실주택에 대한 주택세(THLV, Taxe d’habitation sur les logements vacants)’를 단일 세목으로 통합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통합이 실현되면, ‘빈집’이라는 동일 과세 대상에 대해 국가와 지방이 이중으로 과세하거나, 혹은 어느 한쪽만 과세해 과표가 누락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보고서는 ‘도시 쇠퇴지역(communes en déprise)’의 재정 기반이 공실주택세에 크게 의존하는 경우도 있어, 통합 전 손익 분석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에서도 농어촌지역에 한해 적용하는 농어촌주택 고정자산세 경감 특례를 일반 지역과 통합할 때 예상되는 ‘지역별 수혜와 손실 차이’ 논의와 닮았다.
정보 공개와 행정부담 사이 : ‘세목 통합 플랫폼’ 제안
회계감사원은 “납세자가 자신이 속한 시, 군, 구에서 어떤 지방세를 언제, 얼마를 내야 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중앙 집중형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그러나 영토주권부(전 국토균형발전부 격)는 “플랫폼 도입이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소규모 지방자치단체에 과도한 행정 부담을 지울 위험이 있다”고 답했다. 공교롭게도 한국 정부 역시 2024년부터 ‘지방세 열람 및 납부 통합 시스템’(WeTax)을 고도화하면서도, ‘소규모 읍, 면 지역의 인터넷 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애로를 겪은 바 있어 ‘디지털 행정의 역설’이 프랑스와 한국 모두에 공통적으로 존재함을 보여준다.
결론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프랑스 회계감사원이 촉구한 ‘저수익 지방세의 합리화’는 단순한 재정 운용상의 정돈 작업이 아니라, 지방 분권이 추구하는 자율성, 책임성, 효율성의 균형을 재점검하는 제도와 정치적 과제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세목 하나를 없애거나 통합하는 행위는 곧 지방자치단체의 자체재원 구조와 정책 우선순위, 더 나아가 중앙과 지방 간 재정조정 공식에 영향을 미친다. 프랑스 사례가 보여주듯 ‘세수를 없애면 국고 보전을 요청한다’는 현실적 제약은 결국 정치적 거래의 장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TLPE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지방세라는 레버는 단순한 ‘세입 확보 장치’에 그치지 않는다. 세율 설계와 과세 기술은 옥외광고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제품 혁신, 시장 세분화를 구조적으로 재편하고, 지방의회는 세율을 매년 조정하는 과정에서 도시 경관, 환경 규제, 산업 전략을 결합하는 거버넌스 허브로 떠오른다. 그러므로 ‘저수익 세목 정비’는 곧 산업과 정책적 파급 효과까지 아우르는 과업이며, 재정 효율성과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다층적 설계 원칙이 필요하다.
[재정, 산업, 환경의 삼중 균형 확보]
• 재정적 측면
세수가 적더라도 해당 세목이 예산 편성의 자율 신호로 작용하거나 특정 지출(예: 도시미관 사업)과 결합되어 있다면, 통폐합 과정에서 목적세 대체 및 보전 장치를 미리 설계해야 한다.
• 산업적 측면
세율 구간과 과세 표준 정의는 기술 투자 방향과 시장 진입 전략을 좌우한다. 따라서 제도 변경 시 R&D 인센티브(예: 에너지 절감형 LED에 대한 가산세 완화)와 규제 불확실성 완충 장치를 함께 마련해 산업의 급격한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
• 환경적 측면
옥외광고처럼 시민 생활 환경과 직결된 세목은 도시 경관, 조명 공해, 에너지 소비와 관련이 깊다. 감면과 가산 방식을 활용해 친환경 기술 도입을 유도하고, 공해 비용의 내부화 원칙을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
[거버넌스 혁신: 통합 신고 플랫폼 + 분권형 정책 실험 모델]
전국 단일 통합 플랫폼은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지만, 소규모 코뮌에는 행정과 기술 부담이 될 수 있다. 국가와 지방이 공동으로 API 기반 신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디지털 사이니지 송출 로그를 자동으로 과세 표준으로 변환하는 공유 과세 엔진을 운영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동시에 세율 차등과 과세 방식(면적, 화면 점유율 등)을 코뮌별로 시범 적용해 최적 모형을 찾아가는 적응적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대도시–중소도시 간 편차 완화와 재정조정 공식 현대화]
TLPE 총수입이 대도시에 편중된 현실을 완화하려면, 징수액 일부를 지방교부세 산식에 역진적으로 반영하거나, 법률로 최소 세율 바닥선을 설정해 초소형 코뮌도 일정 과세 기반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수평적 재정조정 장치를 광고세 편중 현상에 맞춰 현대화하는 작업이다.
[학문, 정책, 현장의 트리플 루프 학습 과제]
• 학계는 저수익 세목 개편의 재정, 산업, 환경 효과를 양적 모형과 질적 연구로 통합 분석해야 한다.
• 정책 당국은 개편 전후 변화를 정책 실험 형태로 추적, 평가해 증거 기반 의사결정을 강화해야 한다.
• 지방 현장은 플랫폼 사용성과 과세, 행정 비용 변화를 실시간으로 피드백해 중앙 정책 설계의 적응 속도를 높여야 한다.